언론보도

[매일신문] 어려운 후배를 위해... 주경야독 여대상 월급 쪼개 선행
등록일
2011-11-29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1252
 
“어려운 후배를 위해…” 주경야독 여대생 월급 쪼개 선행
“개강 날 교수님의 무소유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름대로 정의를 갖게 됐습니다.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갖지 않아도 될 것은 나눠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쉼없이 찾아볼 생각입니다.”

18일 구미1대학 특수보육과 시옥진 교수연구실로 이 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진혜(28`여) 씨가 찾아왔다.

김 씨는 “어렵게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해 써 달라”며 시 교수에게 200만원이 든 봉투를 내민 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시 교수는 김 씨가 주경야독을 하며 누구보다 힘들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시 교수는 “이렇게 뜻깊은 일은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김 씨를 설득했다. 그 후 김 씨의 아름다운 기부는 입소문을 타고 캠퍼스로 퍼졌다. 이어 김 씨의 숨겨진 선행담도 속속 밝혀졌다.

김 씨의 아름다운 나눔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주 상산전자공고를 졸업한 그는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에 입사했다. 생활의 여유가 없던 터라 사내 기숙사에서 지내며 알뜰한 생활을 시작했다. 예쁜 옷을 입고 외모를 꾸미는 데 한창 신경 쓸 나이였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자신을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월급을 받으면 저축을 먼저 하고 생활비를 다시 쪼개어 2개월 동안 썼다. 그는 아끼며 모은 돈을 상주보육원에 매년 200만원씩 기부했다.

주말이나 휴가 때면 보육원을 찾아 봉사활동도 꾸준히 했다. 회사 동아리 모임인 태사모(태권도를 사랑하는 모임)와 보육원을 연결해 봉사활동을 하도록 만들었고, 회사 여자축구팀과 풋볼팀 주장으로 활동하며 대회에서 획득한 상금을 보육원에 보내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을 더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지난해 구미1대학 특수보육과에 입학, 주경야독의 길을 걸었다. 2년간 결석 한 번 없었고 학점도 평균 4.0을 넘을 만큼 학교생활도 모범적이었다.

졸업 후 사회복지시설에서 상담 지도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꿈인 김 씨는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라고 생각한다”며 “대학에 입학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고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다는 것을 느껴 가슴이 늘 뿌듯하다”고 말했다.

시 교수는 “진혜 학생처럼 아름다운 천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 바이러스가 세상에 널리 전해질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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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 : 2011년 11월 26일